일상 결제에서 현금을 주고받는 일은 점점 줄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비대면▪비접촉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아날로그 세대조차 디지털 결제에 적응했다. 여기에 더 디지털 친화적인 대안 화폐까지 등장해 현금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2021년 11월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돈의 미래: 디지털 혁명은 화폐와 금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의 저자이자 코넬대 무역정치학 교수인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는 "현금의 시대는 가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현금이 주류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프라사드 교수는 부르킹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이며 IMF 중국 부서장을 지낸 유명 경제학자다. 그는 "팬데믹은 디지털 결제와 비접촉 결제 전환을 가속화했을 뿐 아니라, 암호화폐 같은 현금 대안의 주류 채택을 가져왔다"면서 "이 같은 대안 화폐들은 계속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소비자와 기업이 디지털 결제로 돌아섰다"면서 "현금 접촉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더라도 (현금 결제 방식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CBDC...미래 화폐는?
프라사드 교수는 미래의 대안 화폐로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CBDC에 주목했다. 그는 한 가지 화폐 유형이 현금을 능가할 수는 없겠지만, 이 같은 화폐들의 결합이 결국 현금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는 P2P 디지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빠르고 투명한 국경 간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가치 변동 수준이 커 일상 결제 방안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보다 현금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지만 금이나 미 달러 같은 안전 자산에 가치를 연결시켜 가치를 안정적으로 보장한다. 거래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빈곤층, 금융 소외 계층, 노점상 등 영세 사업자의 거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총 기준 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가 달러 준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안정성 우려가 남아 있다. 잠재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와 안전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바이든 미 정부도 "규제 적용을 받는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지불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예금보험에 가입된 금융 기관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는 관련 규제가 자리잡으면 스테이블코인이 지속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화폐다. 빈곤층과 금융 소외 계층의 디지털 결제 및 기본 금융 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현금의 익명성을 이용한 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프라사드 교수는 "CBDC가 현금을 대체하려면 광범위하고 손쉬운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CBDC가 가진 문제점은 프라이버시가 약화된다는 점이다. 거래 기밀성을 지키기 위한 보호 방안을 갖추더라도 화폐의 합법적인 사용을 위해 거래를 감사(audiability)하고 추적하는 기능은 불가피하다.
현금 없는 미래는 더 나은 미래일까
프라사드 교수는 현금 없는 사회, 디지털 화폐 시대의 부정적인 측면도 짚었다. 그는 디지털 결제가 금융 포괄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유층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통해 디지털 화폐가 가져올 이익을 먼저 차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경제 소외 계층의 경우, 디지털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경제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결제 전환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의 중앙은행과 화폐는 약해지고, 경제 대국에 더 많은 경제적, 금융적 힘이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라사드는 "현금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왔다"면서 "화폐의 미래는 화폐 자체뿐 아니라 경제, 금융,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현금의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개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 출처: https://www.tokenpost.kr/article-75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