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내년 3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시행에 대비해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한편,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 플라이빗, 포블게이트, 지닥, 후오비 코리아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공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 거래소는 특금법에 대비해 준법감시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함께 모집하고 있다.

고팍스는 암호화폐 서비스와 블록체인 사업 다각화를 위해 사업 전반에서 인력을 폭넓게 채용 중이다. 준법감시인을 비롯해 개발자, QA엔지니어, 사업개발 부문의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특히 고팍스는 지난 2018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가장 먼저 정보보호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며, 규제에 발빠르게 대응해오고 있다.

플라이빗도 특금법의 AML 솔루션 구축, ISMS 인증 등의 요구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개발자를 비롯해 지갑서버 개발, 고객 지원 등 전 분야의 인력을 채용 중이다. 특히 후발주자인 플라이빗은 효과적인 인력 채용을 위해 인재추천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경력직과 신입으로 나눠, 임원 추천 채용과 직원 추천 채용 시 각각 포상급을 지급한다.

지닥은 2018년 설립 후 최초로 공개 채용에 나섰다. 개발자, 정보 보안 엔지니어, 사업개발, 기획, 마케팅 등 전 분야 인력을 모집 중이다. 이 중 정보 보안 엔지니어는 정보보호관리자와 함께 ISMS 업무와 보안 솔루션을 운영하게 된다.

포블게이트도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영업팀, 개발팀, 운영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특금법에 대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후오비 코리아도 2년 만에 공개 채용에 나선다. 운영기획, 홍보, 마케팅, QA, 재무, CS 등 모든 부서의 다양한 직군을 채용한다.

인력 채용으로 특금법 대비…하지만 우수인재 구하기는 어려워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인한 투자 감소와 코로나19 여파로 인력 감원 등 큰 타격을 입은 국내 블록체인 기업과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공개적으로 인력 채용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금법 시행 이후 AML 규제 준수는 물론, 암호화폐 시장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년 특금법이 시행됨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실명인증계좌를 발급받고, ISMS 인증을 획득해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사업자 인가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특금법이 명시하는 인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물러나게 될 전망이다.

인가를 받아 사업을 지속하게 되는 거래소들은 강화된 규제 준수를 비롯해 변화된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 선점과 사업 확장을 위한 인력 채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또 특금법 사업자 인가를 포기한 거래소들이 속속 운영을 중단하게 되면, 해당 거래소 인력을 흡수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블록체인 전문 인력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초 블록체인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하면서 우수 인재들이 업계를 떠났기 때문이다.

과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암호화폐공개(ICO) 열풍이 불면서 블록체인 업계로 이직한 개발자와 전문가들이 다수 있었다. 당시 대기업, 금융권, IT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블록체인 업계로 유입되며 높은 수준의 연봉 체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시장 침체로 인한 경영난과 인원 감축으로 우수 인력들이 다시 업계를 떠나는 소위 '탈블(탈블록체인)' 현상이 이어지면서, 업계에 남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 채용 경쟁이 심화됐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특금법을 준비하며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떠나간 인재를 돌아오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제쳐두고라도,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고 있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이 특금법 이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금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정부 정책 기조가 변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특금법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업자 인가를 얻기 위해 자금세탁방지 솔루션 구축 등 규제 준수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사업을 수행할 우수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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